매듭
2019년 11월 4일 월 오후 9:34
밤 끝에 실타래처럼 얽힌 대화는 각자의 잠이 완전히 동날 때쯤 아주 왜소한 매듭에 툭 걸렸다. 실이 한 올만 잡히지를 않고 자꾸만 매듭이 통째로 손톱 밑에 들어가는, 그런 문제 앞에서 우리들은 적막했다. 문제의 바닥은 언제나 같았다. 끝내 행복할 수 있을까? 우리는 밤이 끝나기 전에 서로에게 행복을 빌어주었다. 행복이 정말 무엇인지도 모른 채,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했다.
더 이상 그런 사변적인 소리 그만하자.
삶의 어느 경험은 사람을 나락으로 내몬다. 그곳에서 붙잡지 못할 하늘을 바라보라 할 때, 누가 헛웃음을 뱉지 않을까. 누가 절망스런 울음을 울지 않을까.
나는 우리의 밤을 내내 기록해왔다. 잊지 않기 위하여. 그리고 너는 이젠 잊기 위해 밤을 맞는다고 했다. 나는 그래도 행복할 수 있다고 네게 확신하지 못했다. 그것은 여전히 속이 빈 개념으로 내 입에 오르고, 나는 그게 정말 무엇인지 알 자신이 없다. 비었기 때문에 네게 쥐여 줄 수도 없다. 나는 네 행복에 어떤 형태와 빛깔도 입혀줄 수가 없었다. 그거, 허랑했다.
그럼에도 나는 말한다. 행복은 네게 가장 좋은 것이 되리라.
나는 내 삶을 작게 묶어 네 앞에 둔다. 그리고 침묵한다. 침묵으로 툭툭, 나는 묻는다. 오늘 하루는 어땠니. 좋았니. 아님 슬펐니. 무엇은 좋았니. 오늘이 아니고 내일은 어떠니. 좋았니. 무엇은 좋았니. 결국 너 행복했니.
너는 기시감에 기억해 낼지 모른다. 행복에 적막했던 밤도, 헛헛한 소리가 없던 공간도, 우리의 영원한 문제도. 그리고 문득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떠올릴 수도 있다. 그것이 삶의 어느 변두리에 남겨져야 할 것이 아니었음을. 잃어선 안 될 가장 중요한 걸 잊으려 했음을. 우리가 원하고 사랑하던 모든 삶에 행복이 있었음을.